‘경계와 비경계의 대립, 그리고 조화.'

빈호(VINHO)는 '경계와 비경계의 대립과 조화' 라는 콘셉트로, 기존 와인바들이 다소 폐쇄적이거나 경계가 분명한 테이블 위주의 공간이었다면 이 곳은 운영적인 면에서 큰 경계를 두지 않고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 와인을 서비스하는 공간, 그리고 식사하는 손님의 공간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졌으면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경계와 비경계 요소는 '와인'에 대입해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와인을 보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각 특성에 맞는 다양한 와인잔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론 길쭉하기도, 때론 둥글고 넓적하기도 하다. 잔에 담긴 와인은 잔 모양에 따라 그 형태를 갖고, 그 틀과 경계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그 기능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필요에 의한 경계, 즉 잔 형태에 의해 맛과 향이 풍부해진 이 와인을 마심으로써 그 경계는 사라지고 페어링한 음식과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때 살포시 올라오는 취기가 사람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이래서 사람 사이 경계를 가장 쉽게 허무는 방법이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요소들을 활발히 공간의 레이아웃에 반영하였다.

 고객에게 보이기 싫은 BACK KITCHEN은 철저한 경계 안에 숨기고, 음식과 와인이 서비스되는 공간은 시각적인 경계는 허물고 음식이 만들어지고 와인이 서비스되는 모든 행위들을 다방향에서 고객이 영위할 수 있게 배치하였다. 이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이트의 특징을 적극 활용하였는데, 1층 코너에 위치한 빈호는 넓은 통창을 통해 내부와 외부가 시각적으로 경계 없이 소통하길 원했다. 

바에 앉은 고객들이 맛을 음미하는 행복한 표정, 키친에서 셰프들의 섬세한 손놀림까지 바깥에서도 느껴질 수 있길 바랐다.

경계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브릭 형태의 타일들을 이용해 견고하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했고, 그 외의 요소들은 모두 공간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했다. 

넓은 통창과 시원한 선반의 형태, 견고한 구조 형태들이 대립하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 안에서 이곳을 사용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어우러져 새로운 시퀀스를 창조해 내길 바란다.